일단 해보라구요? UX를 읽으며 메모
- study
우연히 도서관에서 일단 해보라구요? UX
라는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얇아서 금방 읽었는데 몇몇 부분을 메모로 남긴다. 해당 도서 판매 링크
감상
프론트로서 UX에 늘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블로그를 만들 때도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상호작용을 좀 덜 하면서 원하는 페이지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과정에서 UX 관련 글들도 몇 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 있는 내용도 이미 들어본 내용이 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새롭게 느낀 것들을 두 가지 꼽자면 이런 게 있겠다.
첫째로 보기에 단순한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것. 가령 몇몇 기기의 경우 UI를 단순화한답시고 버튼을 한 개, 혹은 두 개만 만들어 놓은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나에게는 이런 기기를 사용하는 게 정말 형편없는 경험이었다. 들어가야 하는 기능은 많은데 그걸 고작 한두 개 버튼에 우겨넣으려 하니 1번 버튼을 누르고 2번 버튼을 오래 누른다든지 하는 이상한 조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여기서는 보기에 단순하거나 복잡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한다. 그 예시로 리모컨을 드는데 물론 리모컨의 버튼은 복잡하지만 필요한 게 많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고, 대신 잘 만들어진 리모컨은 그 복잡한 정보를 잘 체계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보기에 단순하고 복잡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들을 모두 넣으면서 자연스러운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UX는 사용자가 느끼는 모든 순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 저자는 애플의 언박싱 경험을 이야기한다. 언박싱은 분명 아이폰이나 맥북의 주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잘 포장된 박스를 뜯고, 처음 전원을 켜고 사용자에 대한 웰컴 메시지를 보고 초기 설정을 하는 경험은 사용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좋은 경험을 준다.
이런 브랜드 이미지 외에도, 제품의 본 기능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제품을 접하고 사용하기 시작하고 또 어쩌면 사용을 멈추는 시기까지도 모두 UX의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라면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부분까지도 UX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UX에 대해 새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이 정도고 이제 책 내용 일부를 메모한 부분을 남긴다.
메모
21~22쪽
그 당시 내가 빠르게 배우고 실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이 된 방법은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의 문서를 자세히 정독하는 것이었다. 특히 프로젝트의 일정을 정리한 문서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모든 프로젝트는 일정을 정리한 문서가 있게 마련이다. 이 일정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우선 관련된 모든 부서와 그 부서가 끝내야 하는 일들이 날짜와 함께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어떤 부서들이 관여하고 있으며 각 부서가 하는 일이 대충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부서별 하는 일의 소요 기간을 비교해 파악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중간중간에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일들이 순차적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일이 진행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방법은 프로젝트의 UI 시나리오를 이것저것 많이 보는 것이었다. 앞에서 말한 일정 관리 문서들을 살펴 보는 것이 자율 선행학습이었다면 시나리오를 보는 일은 마치 내일모레가 시험인데도 학습 내용을 하나도 몰라서 절망적인 심정을 부여잡고 돌입하는 벼락치기 학습 같았다. 닥치는 대로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많이 보았다. 그렇게 많이 보다 보면 우선 회사에서 쓰는 시나리오의 공용 포맷을 알게 된다. 그 포맷에 따라 전체적인 구조와 각각의 정보가 어떻게 기술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서 가장 중요한 메인 신을 단번에 구별해내고 로직이 안 맞는 부분도 찾아낼 수 있다.
87쪽
그런데 사실 요즘은 트렌드가 모두 플랫한 디자인 스타일로 가기 때문에 스타일링 자체는 예전만큼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은 GUI 디자인이 다 비슷해졌어요.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죠. 요즘은 정말 데이터 혹은 사용성을 기반으로 기능에 초점을 더 맞추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정보를 사용자에게 잘 보여주고 사용자가 클릭하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실행까지 이어지게 디자인하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148쪽
또한 사용자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여러 경험을 직접 접하는 모든 순간을 통해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느끼고 결정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관없다. 그런 순간은 Moment of Truth, 즉 진실의 순간이라고 불리는데 이런 순간의 좋은 경험이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브랜드의 이미지는 좋아진다. 이는 곧 UX 디자이너가 단지 디스플레이 안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했을 때 만날 수 있는 모든 순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모든 세상이 긴밀한 네트워크와 IoT로 연결되는 세상이 되면서 이는 더욱 중요해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사실상 우리가 말하는 사용자 경험이 이제는 하나의 생활 패턴 혹은 방식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만나고 느끼는 순간을 분석하고 거기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나 기회 영역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점은 그 문제점이나 기회 영역을 통해 매 순간 같은 브랜드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는 UX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156쪽
- UX적으로 브랜드가 느껴지는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사용자 경험에 녹일 수 있을까요?
제일 중요한 건 회사의 색깔을 먼저 찾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계속 단순화해야죠. 모든 미사어구를 동원해서 회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플레이풀니스playfulness, 애플은 엘리티스트elitist등의 단어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인터랙션이나 모션, 색상 등 UX 전반의 모든 것이 그 단어를 염두에 두고 수없이 아이디어를 검증해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풀니스가 어떤 색상일까, 인터랙션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형태는 어떤 것일까, 그런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의 과정을 겪다 보면 회사의 독특한 그리고 적정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66~167쪽
평범하고 익숙한 모든 것에는 우리가 원하는 힌트와 단서가 있다. 그래서 UX디자이너는 항상 무언가를 관찰하고 따져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무언가에 불편을 느꼈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UX디자이너가 불편했다면 남들도 똑같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왜 불편한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이처럼 직관적인 UX란 익숙함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직관적 UX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익숙한 것으로부터 나오는 직관성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는 익숙하고도 미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고 늘 그렇듯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냥 대놓고 이야기할 거면 직관적인 방법보다는 아예 설명서로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
179쪽
UX에서 단순함과 복잡함의 문제는 제공되는 구조로 혼란을 느끼느냐 느끼지 않느냐에 따라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있다. 단순함과 복잡함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다.
184쪽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수많은 기능이 필요해지고 할 말은 많아지고 보여주고 싶은 것은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욱더 단순해 보이는 것을 추구할지 모른다. 하지만 보이는 단순함과 사용하는 단순함은 다르다. 세상에는 여전히 복잡함이 주는 아름다움과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 차이를 혼동하지 말자. 그리고 만약 UX에서 복잡함과 단순함 사이에서 고민이 생긴다면, 즉 구조에서 오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명확함과 간결함으로 판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210쪽
폴 : 당연히 자연스러운 연결을 고민해야죠.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메타포가 일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듣는 메타포와 눈으로 보는 메타포가 일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가 연결된 모든 기기에서 사과를 빨갛고 먹는 것으로 일치해서 알아들어야 합니다. 이 부분을 맥락적으로 이해하여 그 메타포를 알아듣고 UX적으로 시각, 청각 등을 통해 일관되게 전달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어쨌든 기술이 바탕이 돼야겠죠.
대니얼 : 디스플레이 간의 심리스한 경험은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이 일관적인 경험을 줘야 한다고 했을 때, 전체적인 톤 앤드 매너tone & manner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시각, 청각 등 모든 감각에 동원되어 전달되는 톤 앤드 매너가 같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기기와 기기 사이의 경계를 느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27쪽
UX 디자이너로서 나는 언제나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다. 지금은 물론이고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UX의 기본 목적은 사람에게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하는 것이며, 사람 혹은 기계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것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이 목적인지 무엇을 고려해서 무엇을 미리 배려해야 하는지 등 그동안 나는 사람을 잘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상상하는 미래의 모든 것을 실현하는 최전선에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오늘도 나는 가슴이 뛴다. 이것이 UX 디자이너로서 내가 자랑스러운 이유다.